아들에게 쓰는 편지
To 내 아덜
표준어로는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지만 아직은 덜익은 널 부르기에 이렇게 적어
보았다. 엄마의 강요에 못이겨 국군장병 위문편지 쓰는 격으로 씩씩거리며 적는다.
그러고보니 애비가 군입대한지 30년이 훌쩍 넘었는데, 1979년 당시 대학 때문에 군입대 늦어져 서울에서 진해까지 아무도 배웅하는 가족,친지,친구도 없이 그 때 유일한 여자친구의 애절한 소식마저 끊어 버리고, 진해로 내려가는 열차에 흘러나왔던 당시 유행가사의 "하얀 손을 흔들며 입가에는 작은 미소짓지만 커다란 검은 눈에 가득 담긴 눈물 보았네"노래가 나와 나도 모르게 눈물 지으며, 싸나이의 절대 고독과 외로움 속에 해병대 훈련소에서 거친 숨결을 뿜어내며 2개월의 혹독한 훈련을 마치고 함상 근무중, 자원하여 싸나이 가는 길에 '일생일도'라고,,,,
악명높았던 당시엔 해군특수공작대<UDT/SEAL>에서 격동의 세월로~~~~~~~~~~
지나고 보니 군이나 사회에서나 애비에겐 순탄한 코스는 하나도 없었던 것 같구나. 어려서부터 가출을 일삼던 철부지였던 애비에게는 모두 스스로 선택한 운명의 소중한 선물이라고 달갑게 산다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정과 가족 멀리 떨어져 북풍한설 몰아 칠 때마다 꽁꽁언 손을 녹이며 힘든 훈련일정을 이겨야 하는 널 생각할 때마다 안쓰럽기 짝이 없구나!
부디 건강하고 전우들과 사이좋게 지내면서 "인내"라는 감투를 쓰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나가기 바란다.
참! 며칠 前 강원도 전화, 군용공중전화가 와서 받으렸더니 그냥 끊어져 영문을 모르겠다.
별다른 일은 없었던 건지?
그제, 엄마에게 온 문자메세지가<3250 수색중대로 분류되었읍니다>라고 왔는데 벌써 자대배치가 된건지? 수색대, 말만 들어도 힘든 곳인데, 쩝!
神은 오묘한 설계자라서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도 이겨 가게끔 설계했지만, 가장 무서운 적을 자신의 내부[나]라는 속에 Key를 꽃아아 놓았단다. 그 Key의 비밀 코드는 자신 밖에 모르는 법.
부디, 스스로를 이기며 건강하게 지내라.
이만 줄인다. 늘 사랑하는 애비가.
2011년 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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