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속의 탄트라

[스크랩] 제3편 돈므앙의 아가예수

쏘니리 2009. 6. 20. 19:00
3. 돈므앙의 아가예수



출발 하루 전날에서야 여행사를 통해 겨우 티켓을 받아

보니 미처 준비 못한 여행 준비물부터 자료수집으로 밤

을 지새워야 했다.(특히 태국의 밤거리 정보와 시내버스

노선표 등 쓸 만한 정보를 입수하는데 애 먹었다)



7월 3일 맑음



드디어 해외로 오늘 떠난다. 만 10년간의 직업상의 해외

일정을 접어둔지 이제 또 10년간의 동면을 트고 다시 떠

나야만 된다는 기분은 이루 형용하기 어지러울 정도로

고통과 혼돈 뿐이다. 얼마전까지 지리산 일대를 배회하

지 않았나, 해외 여행한답시고 처자식 팽개쳐 놔 두고

대출 받아서 히히낙낙 돌아 다닌다는 것은 미친 짓이

아닌가?


사업상의 갈등과 번민 속에서 그래도 떠나 보자는 막

다른 심정의 궤변으로 마지막 짐을 꾸리며 출발을 앞

두고 있을 때 마침 학교에서 일찍 돌아온 막내 놈이

하도 부러워하며 평상시에도 여행 같이 한번 갔으면

하는 넋두리를 수 없이 들어 온 터라 '아빠가 버스

타는 곳까지 배낭을 메고 가 봐서 테스트에 합격하면

다음 여행은 동행한다'고 꼬셔 보았는데 야놈 자슥이

65리터 짜리 중형 배낭을 거뜬하게 들고 가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웬걸 용감하게 전진하는 보이스카웃은

몇 미터 않가서 다리가 휘청거리며 빌빌 싸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제깐 놈이 별 수 있을라고..

허나 이 놈은 정류장까지 도-킹하는데 무사히 성공했다.


#39 버스가 와서 아들 놈하고 바이-바이 하니 다음 약

속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데 생각하니 그저께 출발前 마

누라의 손목을 꼬옥 부여 잡고서 "여보, 이제는 이 번

한 번만 돌아 다녀 보고 내 여행은 종지부를 찍고 당신

만 돌아 다니고 혹시 내가 나갈라치면 가이드로만 따라

나가겠소 " 했는데 도대체 이 것도 말되는 약속인지

모르겠다.



하긴 지난 결혼 10년간 서방 놈도 없이 시부모 공양하며

식모처럼 살아온 그녀의 인내와 속쓰린 심정을 모를 바

는 아니어서 그저 미안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맹세를

했을 뿐이었다. "제가 제주도 구경 한 번 갈려면 꼬부랑

할머니가 될꺼요"하는 말로도 달리 변명할 말도 없다.

누가 과연 나의 모순된 액숀을 이해하여 줄 것인가?



산악회의 주변 동료들로부터 격려와 잘 다녀오라는 환송

인사말을 들으니 한 편으로는 한심스러우면서도 용기를

가져 봤다. 서구청 앞에서 공항 리무진 버스로 갈아 타

고 얼마 않가서 멀리 공항이 보인다. 회사 일로 수 없이

가 본 영종도 공항은 눈에 금방 익숙하기만한데 아마도

前에 김포공항만을 다녀 본 여행자라면 쬐금 헷갈리는

곳이라고 한다.



출발은 밤 8시 5분 대한항공인데 원래는 티-지(태국)항

공 티켓을 수배했건만 겨우 겨우 할인 티켓이 나왔더니

만 돌아 오는 비행기는 무조건 웨이팅이란다.


아우! 그 때는 본격적인 성수기 아닌가, 자신이 없었다.

예전에 성수기 철에 남미에서 비행기 시간을 놓쳐 다음

비행기로는 미국으로 날지 못하고 유럽으로 날아가 계속

계속 죠-인 티켓으로 겨우 일본까지 와 보니 '인자 다

왔구나' 했는데도 한국가는 뱅기가 연결 않되고 일본의

이미그레이션에 블랙 리스트 올라간다해서 시껍한 적이

있었는디(일주일 이상 소요됐슴) 않돼져!


할 수없이 KL라인으로 바꾸었는데(여기서 중대한 실수를

범한 것이다. 계속 여행기를 읽다보면 알 것이다) 가격

은 일만원 차이다. 일만원 더 아낄라고 여행사에 하루

이틀 개겨 보았는데 잘 생각해 보니 불시의 뱅기 사고가

나면 선진국과 후진국의 보상료는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그래, 바로 그거야' 무능한 내가 우리 가족에게 보상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억대의 보상금 뿐!(실제 본인

은 간절히 바라지는 않았지만 사업의 위기에 긍정적인

해결책으로 간주했음)

'그래! KAL 사고 잘 난다지, 내 인덕으로 껀 수가 되었

으면 좋겠다'는 비관적인 생각으로 가득찼었다.



공항 면세구역에 들어 가서 이제껏 다-운 받은 자료 파악

좀 하느라고 일찍 출국 수속을 마치고 큰 배낭은 공항 어

디에도 배낭 족속이 보이지 않아 챙피한 생각에 수하물

칸으로 보내 버렸다.


보-딩 패스 끊고 입장하려는데 공항세가 무려 25,000원.

세계적으로도 바가지 요금이다(외국인 쬠 싸다)

3층의 출국장 게이트 넘버에 대기하고 있으려니 인종 전

시장마냥 여려 외국인들이 득시글~ ~



돈이 조금 아깝지만 여행정보지에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

받은대로(어느 여성 배낭가의 정보) 선물코-너에서 이도

령 마스코트를 비싸게 구입하고 예쁜 그림엽서 찿으려는

데 마땅한 것이 없다. (다른 분들은 팬시 코너에서 구입

바람) 끈달린 볼펜이 동남아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기
에 이 것도 구입했는데 누군지도 모를 현지인(현지처가

아님)에게 갖다 주려니 비싸기만한 공항구역에서 사는

것이 여간 아까운게 아니었다.



탑승하여 번호표대로 자리를 잡고 보니 뱅기 후미의 창

측 배정이다. 잠시후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내

옆자리에 앉았는데 즈그 일행과 쬐금 떨어져 앉았는지

안절부절이다. 조금 있다가 마침 빈자리가 생겼는지 결

국 그녀는 일행들 옆자리로 후다닥 저만치 이동해 갔다.


참 엽전 女子들 이해가 않간다. 옆자리의 신사(?)가 호

리꾼같은 인상과 매너를 보이지 않았던 바에야 굳이 자

리를 박차고 옮기는 것 같은 행동은 심히 불쾌하기 짝

이 없다. (실제로 나는 그녀의 얼굴 한 번 쳐다 보지도

않고 책만 보았기 때문이며 그녀 역시 나에 대한 혐오

감은 아니었을 것이다)



같은 입장에서 외국 여성이라면

대부분은 그런 경우 괜히 쓸데없이 썩은 미소

라도 한번 씩 긋고 슬며시 자리를 옮겼을 것이기 때문이

다. 남을 배려해주는 쪽발이와 양놈들의 매-너가 조금

아쉽다.



기내에는 아마 삼분지 이는 모두 여성으로써 엽전들은

거의 모두 패키지로 티켓팅한 것 같았다.

내 표 역시 그-룹 티켓에서 삐져나온 것이니까..

이들은 모두 어디에서 어떻게 태국으로 날아 가는 것

일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꾹 참았다가 '아! 내 마누라

도 저렇게라도 여행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싶어서 기

어이 앞자리의 젊은 여성에게 슬며시 말을 걸어 봤는

데 엉뚱하게도 일행중 제일 고참 격인 왕언니(50대 중

반 즈음)가 얼싸! 하면서 말을 걸기가 무섭게 쏜살같

이 비어 있는 내 옆자리로 착석하는 것이 아닌가(어그

! 여복도 많제) 그 쪽 일행은 웅진코웨이 영업사원들

로 종종 여행을 회사에서 레-벨별(일종의 영업수당으로

보임)로 알선해 준다나..

어찌 되었든 아까운 이팔청춘(?)의 내가 졸지에 기쁨조

가되어서 이 얘기 저 얘기 가족이야기 여행담 모두 지

껄이게 되어 돈-므앙 공항의 활주로 트랩을 내리기 前

까지도 봉사 정신으로 이바구하는 억지 수고를 감수해

야만 했다.


도착 시간은 새벽 1시 반이고 입국 수속을 마쳐 시계를

거꾸로 2시간 돌려 놓으니 현지시각 12시가 넘는 시간.


공항 바깥으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한량이 되었다.

(한국인 배낭객들은 떠날 때부터 아예 눈알을 까집고

봐도 없었다) 모두들 제 짝을 찾고 대기 대기 차량들이

가족이나 일행을 태우고 뿔뿔히 흩어지니 이국 만리의

공항에서 오도갈데 없는 이방인이 되어 게슴츠레한 눈

으로 어디 비빌 곳이 없나해서 공항을 한 마리의 길 잃

은 이리처럼 이리 저리 배회하기 시작했다.


공항 스낵-바 쪽 화장실이 잠자기 좋다던가 잘 생각이

않나서 자료를 찾아 보아도 쉽게 나타나지 않아 대합

실에서 새벽까지 그냥 쭈그렁탱으로 개길까 하다가 4

층까지 뒤져 보았는데 인적이 뜸한 꺽어진 한쪽 복도

에 누군가 모포도 제대로 않덥고 몇이서 자고 있었다.

아! 근데 가까이 가서 보니 거지 새끼들 아닌가! 거지

부부 가운데에 있는 놈은 이제 돌도 않되어 보이는 거

지새끼의 쌔끼가 마굿간의 아가예수모양 새근새근 귀

엽게 잠자고 있었다.

쬐금 떨어진 구석에는 무작정 상경한 것 같은 태국 꼬

마가 자리를 차지하고..

고민이다. '내가 거지새끼처럼 신세질 수가 있나'하는

처량한 생각에 당황되어 다시 입구의 스낵-빠로 나와서

맥주 한 병을 찔끔 했는데 무려 85바트(1B는 약 30원)

의 바가지를 폭 뒤집어 쓰고 말았다.

비싼 수업료를 여행의 초보댓가로 때려 박은 것이다.


85밧이면 하룻 밤의 싼 숙소비로 굳힐 수 있었는데..

아쉽고 속상한 마음에도 이제 더는 어쩔 수가 없어

거지 새끼들 틈에 끼어 '돈-므앙'이라는 거대한 잠자

리를 빌려준 신에게 그저 감사드리며 침낭을 깔고 벌

써부터 밀려오는 이국의 한을 곰 씹어야 했다.


내가 왜 왔제?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지?... 끊임없이 꼬리를 무는 인생사에 번민을

거듭하다가 토끼 오잼 깔기듯 찔끔 찔금 잠을 청했다.




☞ 돈없는 배낭 여행객들이 여기서 잠잔다는 정보가

있었으나 이 날은 오리지널 배낭객(거지)만 특별 초대

손님으로 맞이 되었다.
출처 : 소니의창가에 다가오세유~더 가까이!
글쓴이 : 소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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