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속의 탄트라

[스크랩] 제5편 방콕의 쟈-바인

쏘니리 2009. 6. 20. 19:00
5.방콕의 쟈-바인



도미토리 방값은 80밧(자료에 나온 대로 정확함)인데 80밧이면 우리 나라 돈으로 2400원으로 제법 괜찮았다.





☞여기 숙소이상으로 싸게 나온 게스트하우스가 한,두개 있긴 있는데 빈대,벼룩의 공격에 일대 접전을 치룰 각오를 하여야 한다. 이런 전투를 좋아하는 새디스트 배낭족이 있으면 친절하게 자세한 안내를 할 용의가 있으니 수시 개별문의 바람.





우리가 배정된 방에는 침상이 모두 6개이고 첫 날 우리가 당도할 당시 말레이인같은 여행자가 한 방에 있었는데 조폭녀와 정답게 한국말로 한참을 지껄여도 아무말도 않하다가 대뜸 우리보고 한국 사람이냐고 물으니 너무나 깜짝놀라 "아저씨두요?"하고 조폭녀가 외쳤댔다.



괴이한 일이었다. 한국인이면서도 필리피노이거나 동남아인같이 생긴 얼굴이 쬠 까무잡잡한 놀림감의 엽전들은 더러 주변에서 자주 보아 왔는데 첫 인상의 그는 완벽한 동남아인이면 되었지 도저히 엽전이 될 수 없을 것같은 그의 퍼스트 임프레이션은 기묘한 여운을 가지기에 충분하였다.



시꺼멓게 끄슬린 피부에 앙상맞은 개 뼈다구 체질, 얼굴 곳곳에 주름살로 그물을 친 그는 한마디로 인도네시아가 자랑하는 원시의 쟈-바인같은 형상이었다. 눈가에 진 주름은 고릴라같은 원시의 고독과 뭔지모를 우수 속에 깊이 잠겨져 있어 한 많은 그의 뒤안길을 뻔하니 짐작케도 할만하였고... 엽전이면서 도무지 엽전같지 않은 그는 이제부터 이 여행기에서 아주 중요한 로얄고객으로 등장하게 된다.



방년 나이 52세, 이름은 전경수.(비스므레한 존함으로 일단 고객의 신원보호차 가명을 사용함) 4년째 배낭여행 中이고 그전에 약 이십년간 해외 각지에서 근무했었으며 집을 뛰쳐 나와 배낭여행 前에는 남미에서 이민 생활까지한 근는 와이프와 굿-바이하고 하나 있던 딸네미는 그 쪽으로 넘어가서 독신으로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고 하는데 불행中 다행히도 알고보니 한국이 낳은 의지의 김삿갓이었다.



세계의 文化,역사,철학, 정치, 종교,지리,기후,농업,문학,음악,영화 그외 세계의 풍속 등등 거의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통달한 도사같은 엽전이었고 세계의 구석구석을 않가본데가 없을 정도였다.



그가 이런저런 얘기 끝에 붙이는 한마디는 여행은 여행으로 끝나야지 자기처럼 오도 갈데없이 벌어놓은 재산을 한푼씩 까먹으면서 이 나라 저 나라로 평생토록 배회하는 이방인이 되지는 말라는 당부는 공허하게 맴도는 망령처럼 나의 타고난 역마살에 로빈훗의 화살처럼 폐부 깊숙히 찔러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의 말을 듣건대 자기처럼 떠도는 외국인 빽패커는 물론이고 엽전들도 적지는 않은 모양인데 모두 말년이 비참해지기 前에 가족 사랑하고 이웃사랑하고 나라 사랑하면서 평범하게 살라구 어쩌구 저쩌구................... (그리 간단치 않은 뼈저린 그의 배낭 철학에서 진실로 우러나온 이야기이다)



국제 양아치같은 갈퀴자 더벅머리를 한 그의 기묘한 인상을 조금 더 스케치한다면 국내에서도 그는 전경에게 신분증을 자주 뵈주었는데 그는 말수가 적어 간단히 대답만 하면 엽전어가 익숙한 동남아인인줄 알고 꼬치꼬치 캐물어 "야 새꺄, 검문 똑바로 해. 어그저께도 했는데 또 오랑우탄잡냐?"하고 튕기면 놀란 전경이 금시 거수경례를 붙이고 꺼져 버리는 그런 시달림을 감수했고 해외에 나와서는 동남아 국경 부근을 다닐 때 현지인 누군가가 고발하여 월경한 버어마나 캄보디아인으로 오인한 경찰이 한 껀 했다고 희희낙낙 출동하였는데 한국인 관광객 신분을 밝히자 엄청 실망한 표정으로 돌아 가더란다.


뒤의 이야기지만 우리가 말레이 반도를 종주하는 국제열차에서도 동행한 조폭녀에게 쟈-바인이 같은 일행 맞냐고 국경지대의 경찰이 물어 보았다니 우리는 모두 '쿡쿡' 웃음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자신은 한편으로 비극을 연출하는 희극배우의 '삐에로'를 연상케하는 숙명의 빽패커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 소니의창가에 다가오세유~더 가까이!
글쓴이 : 소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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